반상의 해바라기

작가 유즈키 유코  /  번역 서혜영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개발하기 위해 산을 파던 중 발견된 시체와 함께 놓인 명인이 제작한 일본 장기 말. 이를 치밀하게 추적하는 형사들과 과거 주인공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하면서 마지막으로 치닫는 전개다. 


일본 장기에 대한 내용이 많고 그 규칙을 모른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분명 있다. 어느 정도 일본 장기를 알고 있다면 긴장감을 더 느낄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적절하게 그 상황에 대한 설명을 달아놔서 그러한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다. 다만 용어 설명을 하는 페이지가 뒷부분에 있는데 이걸 앞으로 옮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전형적인 상명하복인 두 형사를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우리 쪽 사람에게는 막 대하지만 상대방에게는 자신을 낮춰서라도 원하는 바를 얻는 노련한 선배와 이런 제멋대로인 선배를 보좌하는 젊은 신입 형사. 노련한 베테랑 선배의 도움으로 장기 말의 행방을 쫓는 과정이 볼만했다.

젊은 형사 사노 나오야의 과거가 드문드문 언급되는데 사이드 스토리로 좀 더 양을 늘렸어도 재밌었을 것 같다. 이 작가가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보아 그랬다면 아마 1,2 백 페이지는 더 늘어났겠지만.

반면 주인공인 가미조 게이스케의 이야기는 약간 밋밋했다. 그가 주도적이거나 능동적으로 무엇을 하기보다는 대부분 누군가의 의도나 강요로 이야기가 흘러가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의 주변 사람들 이야기가 더 볼만했다. 


결말이 조금 허무할지 모르지만, 그동안 쌓아온 전개를 생각한다면 이해할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