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 한 달 살기_6

5. 슈퍼마켓


여기까지 글을 정주행 했거나 준비하신 분이라면 이제 딱히 그렇게까지 중요한 일은 남지 않았다. 굳이 하나를 보태자면 휴대전화 사용을 위한 로밍 또는 USIM 구입 정도가 아닐까. 단기 여행이 아닌 이상 그 오랜 기간 무제한 로밍을 하실 분은 없을 것 같고, 아마 대부분 선불 USIM을 구입하게 될 것 같다. 한국에서 미리 구입하시거나 해외 가셔서 공항 또는 시내의 통신사 매장에서 구입하는 방법이 있겠다. 유럽 내의 몇 개국에서 사용 가능한 유심도 있고 한 나라에서만 사용 가능한 유심도 있는데 보통 사용 가능한 나라가 많아질수록 통화/문자/데이터가 줄어드니 각자 입맛에 맞는 걸로 구입하면 되겠다. 나는 Vodafone에서 포르투갈 한정 DATA 전용 유심 15일, 4G, 15기가를 2개 구입해서 사용했다. 가격은 2018년 05월 당시 개당 15유로. 총 30유로였다.
자세한 정보는 USIM에 관해서 다른 여러 여행자 분들이 잘 정리해 놓으신 블로그들이 있으니 그쪽을 참조하면 되겠다. 


잡설이 좀 길었는데 어쨌거나 요지는 이제 자잘한 것들만 준비하면 된다는 것이다. 어디서 뭘 구경할지, 어느 식당에서 무슨 요리를 주문하며 카페는 어디가 예쁘고 편집샵은 어디 어디가 좋을지에 대한 어찌 보면 즐거운 선택만 하면 된다. 그런 선택을 도와줄 정보들은 역시 다른 블로그에 충분히 올려져 있으니 검색해보시면 된다. 나도 역시 그런 과정을 거쳤는데 식당이나 카페 등은 메뉴판을 올리는 경우가 많아 지갑 다이어트 계획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었지만 유독 슈퍼마켓에 대한 내용은 그다지 없었다. 물론 먹을 것이 싸다느니, 고기는 어떻다느니 식의 문구는 많이 봤지만 가격이 대충 어느 정도인지는 사진이나 글에서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이번 내용은 대체 포르투갈의 슈퍼마켓은 무엇을 얼마로 파느냐 라는걸 적어볼까 한다.


여행기간 동안 하루 이틀 간격으로 슈퍼마켓을 갔는데 전반적인 가격은 한국보다 싸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과일이나 채소가 개당 가격이 아니라, 무게 가격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감자나 당근 같은 채소는 무게 가격일 때가 있지만, 보통 애호박 1개 얼마, 바나나 1송이 얼마 등으로 상품의 크기가 아닌 수량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방식이 많다. 이게 상품이 크거나 잘 익었을 때는 괜찮지만, 조금 이르게 수확하여 크기가 작거나 속이 빈 양상추 같은 상품을 사면 속이 쓰린 건 사실이다. 하지만 무게 가격은 상품이 작으면 작은대로 적은 돈을 내면 되고, 많이 고르면 그만큼 돈을 내면 되니 합리적으로 보였다. 물론 농업 면적이나 유통 구조 등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겠지만.

대부분의 외국에서는 이런 것 같은데 가 본 나라가 몇 군데 없어서 잘 모르겠다. 그나마 많이 가본 해외인 일본도 우리나라와 비슷했던 것 같은데, 이런 점이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냥 싸다고만 하면 어느 정도인지 모르니까 포르투에 있을 때 자주 가던 Pingo doce의 홈페이지에서 전단지를 가져와 봤다.


<2018년 8월 28일 ~ 9월 3일 전단지 발췌. 출처 : https://www.pingodoce.pt/folhetos>


굳이 번역문을 돌리지 않아도 채소 사진이 있으니까 충분히 이해하리라고 본다. 아래에 있는 샐러드 포장 제품들은 1 봉당 가격이지만 위의 채소는 모두 1kg당 가격이다. 할인 전단지이므로 모든 채소가 있는 건 아니지만 참고가 되리라고 본다. 

한 가지 신기한 점은 우리나라는 채소를 골라 담아 무게를 재서 가격표를 붙이는데 이곳 슈퍼마켓은 그냥 계산대로 들고 가면 거기에 저울이 있는지 쓱 올리더니 바로 계산이 됐다. 그런데 어떤 슈퍼마켓은 우리나라와 같이 바코드 출력되는 저울이 있기도 했다. 


다음은 과일이다. 우리나라 과일 가격이 비싸다고 하는데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한 번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018년 8월 28일 ~ 9월 3일 전단지 발췌. 출처 : https://www.pingodoce.pt/folhetos>


이번 여름에 우리나라 수박 7~8kg 정도가 7월에는 만원 이하였던 것 같은데 8월에 쭉 오르더니 2만 원은 가볍게 돌파했던 것 같다. 가격이 오른 것이 날씨의 영향이 크지만 어쨌든 10kg짜리라면 4.8유로, 6천 원 정도다. 할인 전 가격이어도 8.9유로, 11000원 정도니까 폭염 전 가격이다. 

다른 얘기지만, 사과는 비싸도 우리나라 사과가 제일 맛있다. 다른 과일은 비슷한 맛이었지만 사과만큼은 차이가 확실했다.

전단지에는 없지만, 체리 시즌(아마 5~8월쯤인 듯?) 일 때는 꼭 체리 드셔 보길 권장한다. 내가 갔을 때가 체리 시즌 시작인 데다 상점마다 다르지만 1kg에 4~8 유로 정도인데 이건 우리나라에서 먹는 비싼 수입 체리와는 정말 다르다.


다음은 고기다. 


<2018년 8월 28일 ~ 9월 3일 전단지 발췌. 출처 : https://www.pingodoce.pt/folhetos>


포르투갈은 광우병이 발생하기도 한 나라라서 가급적 포르투갈산 보다 수입산 드시길 권장한다. Porco 가 붙은 게 대부분 돼지고기의 부위라고 생각하면 되고 Carne 또는 Bife가 붙은 곳은 소고기 부위라고 보면 된다. 엄청 싸다 라는 느낌은 없지만 삼겹살(사진 우측 하단 entremeada de porco)처럼 보이는 부위는 생각보다 싸다. 고기 도축하는 방식이 우리나라와 서양이 달라서 번역기를 돌려도 애매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대충 어느 정도 가격대라는 점만 참고하면 될 것 같다.


다음은 빵이다.


<2018년 8월 28일 ~ 9월 3일 전단지 발췌. 출처 : https://www.pingodoce.pt/folhetos>


포르투갈어의 Pão가 우리나라 '빵' 이란 말의 어원인만큼 빵을 안 먹어 볼 수 없다. 빵이야 카페나 베이커리에서도 많이 팔지만 생각보다 슈퍼마켓 빵도 맛있다. 리스본에서 Nata를 드셔 본 분이라면 이 맛에 안 빠질 수가 없는데 슈퍼마켓의 Nata는 어중간한 카페의 Nata보다 맛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의 Nata 보다야 맛이 떨어질 순 있지만 가성비와 접근성으로 따진다면 커버하고 남는다. 몇 개씩 사서 매일 아침 식사나 간식으로 추천하는 바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빵은 kg 단위가 아닌, 수량 단위다.


이 외에도 생선, 냉동식품, 와인 등 아직 남은 전단지가 많이 있지만 꽤 많아서 여기까지만 올리도록 하겠다. 전단지를 좀 더 보고 싶으신 분은 위 사진의 우측 하단에 전단지 볼 수 있는 사이트 주소가 있으니 찾아가 보시길 권한다. 이 외에도 LIDI, Continente 등 여러 업체가 있다.


슈퍼마켓에 가면 구경하는 재미도 있지만 그 나라를 알 수 있는 집약적인 장소 같아서 갈 때마다 재미있다. 그래서 굳이 살게 없어도 지나가다가 보이면 한 번 씩 들르곤 했는데 글 작성하면서 찾아보게 된 전단지를 보니 그때의 추억이 다시 떠올라 그리운 미소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