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 한 달 살기_5

4. 대중교통


비행기 티켓과 숙소까지 결정했다면 대부분의 준비는 끝났다. 돈만 두둑이 챙겨간다면 굶을 걱정 없고, 모자란 생활용품은 사면된다. 물론 돈은 계획한 것 이상으로 지갑에서 도망가겠지만. 

외국의 도시에서 며칠간 여행하는 사람과 한 달 거주하는 사람의 차이는 크다. 
단 며칠 만에 그 도시의 하이라이트를 경험 또는 체험하고 싶어 하는 여행자는 시간이 곧 금이다. 주요 문화재, 박물관, 성당 또는 사원, 랜드마크 등이 많을수록 효율적으로 동선을 계획하고 싶어 하고 이런 점을 해결하고자 시티 투어 버스가 생겨났다. 서울, 부산에도 시티 투어 버스가 운행 중이며 당연하게도 외국의 웬만한 도시에는 이런 투어 버스가 있다. 보통 1일, 2일 정도의 기간 동안 정해진 투어 버스를 무제한으로 탑승 가능하고 특정 관광지나 식당에서 무료 또는 할인 쿠폰을 제공하기도 한다. 물론 지하철이나 트램이 있는 도시에서는 대중교통패스를 팔기도 한다. 보통 외국인만이 살 수 있는 경우가 많고 세네 번 정도만 이용해도 본전 이상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가격 면에서도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한 달 동안 산다고 하면 꽤 달라진다. 굳이 그 많은 관광지를 하루 이틀 만에 다 돌 필요가 없다.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이라면 여러 번 다녀오기도 하며 그 동선이 효율적일 필요가 없다. 그래서 저런 시티 투어 버스나 2, 3일짜리 대중교통패스는 굳이 살 필요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전혀 이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 시간이 아무리 남아도 용산이나 신촌에서 명동 가는데 걸어서 다녀오는 사람은 드물지 않은가. 하루에 왕복으로 한 번만 이동한다고 해도 30일이면 총 60번 정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된다. 
포르투에서 Z2 1회 비용이 1.2 유로니까 딱 60번 이용한다고 하면 1.2 * 60 = 72 유로라는 계산이 나온다. (2018년 08월 기준)

하지만 같은 구간 내에서 한 달 정기권을 구입한다면 30.6 유로이다. 아래 요금표처럼 나이 할인이나 학생 할인 등이 적용되면 더 저렴해지지만 할인 없는 성인 일반 요금이라면 30.6 유로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처음 정기권을 만들면 티켓(카드) 비용으로 6유로를 내야 한다.



<Andante 홈페이지 발췌. 좌측 도표 원문, 우측 도표 구글 크롬 번역. 출처 : www.linhandante.com/tarifario-andante.asp>



포르투의 한 달 정기권은 싼 만큼 몇 가지 불편한 점이 있는데 첫 번째로 정기권 기간이 딱 정해져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며칠에 신청하든 그 달의 월 초부터 월 말까지가 그 기간이다. 만약 8월 15일에 정기권 신청하러 갔다고 하자. 그러면 이때 발급받은 정기권의 유효일자는 8월 1일 ~ 8월 31일이다. 쉽게 생각하면 8월 정기권, 9월 정기권으로 보면 될 것 같다.

그래서 1일에 신청하는 게 가장 좋은데, 그런 만큼 월 초에는 사람들이 몰린다고 한다. 만약 1개월 이상 머무른다면 현재 달과 다음 달까지는 동시에 신청할 수 있다고 하니 2개월치를 한 번에 신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두 번째로 불편한 점은 모든 역에서 신청이 가능한 게 아니라 특정 역에서만 신청이 가능하다. (신청 가능한 역 http://www.linhandante.com/ondesecompra.asp#)

다행히 주요 역(트린다데 Trindade, 캄파냐 Campanhã)에서 팔기도 하니까 시간만 잘 맞춰 가면 금방 발급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갈 때 준비해야 할 것은 여권, 돈 그리고 본인 사진 1 매다. 이 중 사진은 정기권이 본인만 사용 가능하므로 본인 확인용으로 사진을 정기권에 인쇄하기 때문에 준비해 가는 건데 사실 없어도 되긴 하다. 하지만 사진이 없으면 화질이 별로인 웹캠으로 즉석에서 사진을 찍으니 나중에 정기권 티켓을 기념품으로 간직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잘 나온 사진으로 준비해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사진을 준비해 가도 사진을 스캔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진을 웹캠으로 찍고 돌려준다. 게다가 증명사진을 거의 접사 형태로 찍어야 하니 웹캠의 초점이 안 맞아서 5분 이상 고생하며 찍었는데 컴퓨터에 에러가 떠서 재부팅하고 다시 찍었다. 내가 간 사무소(까사 데 뮤지카 역 Casa da Música)만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포르투의 행정력(?)을 나름 엿볼 수 있는 기회여서 재미있었다.


신청할 때 잘 생각해보아야 할 점은 Zone(포르투갈어로는 Zona) 선택이다. 위의 표에서 Z2, Z3... 에 따라 가격이 점점 올라가는데 그 의미는 Zone을 몇 개 선택할 수 있느냐 라고 보면 된다. 도시 내의 일정 구간을 Zone으로 묶고 선택한 Zone 안에서의 대중교통(트램, 버스 모두)을 신청한 월 동안 무제한으로 이용 가능하다. 

그럼 대체 Zone은 어떻게 아느냐 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 그림에 대강 나와 있다.


  <Porto Metro역 Zone 구분. 출처 : https://www.metrodoporto.pt/uploads/document/file/370/MapaRede_NOVO.pdf>


<Porto Zone 구분. 출처 : http://www.stcp.pt/en/travel/maps/search-maps>



대부분 관광지는 C1에 몰려 있고 C2는 대서양을 볼 수 있어서 Z2를 고른 사람은 대부분 C1, C2를 선택한다. 나 또한 C1, C2를 선택했는데 생각보다 S8 구역의 백화점을 자주 가게 돼서 약간 금액을 올려서라도 Z3에 C1, C2, S8로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정말 많이 돌아다닌 구간은 C1 구간이었고 다른 사람들도 비슷했을 것이다.


Zone을 고를 때 유의해야 할 점은 인접한 Zone끼리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로 인접하지 않은 C1, C5를 고를 수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정기권 이상의 Zone으로는 갈 수 없다. 정기권 이상의 Zone으로 넘어간다면 정기권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역까지 가서 그 역부터 목적지 역까지의 표를 새로 사거나, 돈을 좀 더 쓰더라도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표를 사야 한다. 예를 들어 C1, C2 구간의 정기권으로 C1의 라파 Lapa 역에서 N10의 아에로포르투 Aeroporto 역까지 간다고 하면, 정기권으로 갈 수 있는 최대한의 역인 세뇨라 다 오라 Senhora da hora 역에서 내려서 Z3 짜리 티켓을 사서 가던가, 처음부터 Z4 티켓을 사서 한 번에 가야 한다.


정기권을 구입하더라도 매 번 역을 이용할 때마다 아래 사진처럼 생긴 노란색 유효성 검사기에 표를 체크해야 한다. 처음 체크한 역에서 유효한 거리의 역 까지는 환승하더라도 1시간 내에는 문제없는 것 같지만 나는 혹시 몰라서 환승하는 길목에는 꼭 기계가 있길래 무조건 체크하고 다녔다.

개찰구가 없는 시스템이라 느슨해 보여도 생각보다 역 출구를 봉쇄하다시피 하고 나가는 사람 전부 다 붙잡으며 검사를 자주 한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환승역이라 사람이 많이 몰리는 트린다데 역 Trindade 에서 자주 검사하는 것 같다. 버스는 상대적으로 덜 타서 검표원을 만난 적은 없지만 검표원이 버스에서 내리는걸 두세 번 보긴 했다.


<티켓 유효성 검사기 사진. 출처 : http://www.linhandante.com/anda.asp 의 동영상 중 캡쳐>



사용 기간에 단점이 있긴 하지만, 생각보다 메트로나 주요 버스들이 금방 도착하고 Z2정도의 정기권으로도 충분히 시내와 근교는 불편함 없이 편하게 다닐 수 있으니 한 달 살기 한다면 고려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포르투에 가지 않더라도 이와 비슷한 정기권이 있을 수 있으므로 내가 갈 도시의 대중교통 홈페이지를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