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피시는 얼어붙지 않는다

저자 이치카와 유토  /  번역 김은모


처음 보는 작가의 책이었지만 수상 이력에 끌려 선택한 책. 이 작품으로 아유카와 데쓰야상을 받으면서 데뷔를 했단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오마주한 구성인데 역시 이런 구성은 고립된 상황에 놓여야 할 것이다. 즉, 일시적이더라도 클로즈드 서클 안에 들어가야 하는데 과연 어떤 아이디어를 작가가 생각했는지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 요소다.

그동안 흔히 본 태풍 속의 섬이나 산사태가 난 고립무원의 마을, 폭설로 진입이 불가능한 산장 같은 전통적인 클로즈드 서클이 아니라서 조금 더 볼만했다.


작품 배경은 비행선이 상용화된 평행세계의 7~80년대이다. 젤리피시라는 제품명으로 작품에는 등장하지만, 가스를 사용한 비행선은 실제로 존재했다. 물론 힌덴부르크호의 사고를 기점으로 비행선은 역사에서 사라졌지만.

왜인지는 모르지만, 작품 안의 국가도 R국, U국, J국 등으로 익명 표기하고 있다. 사실 다 아는 그 국가.

보통 일본 미스터리를 보면 일본 안에서 일본 사람이 등장하기 때문에 그다지 위화감이 없었는데 이 작품은 U국에서 대부분 U국 사람이 등장한다. 그래서 그런지 말투라든지 뭔가 좀 서양 사람 같지 않다.


이야기는 3가지 시점이 번갈아 가며 진행된다. 범인의 시점, 클로즈드 서클, 형사. 시점이 계속 바뀌니까 어느 타이밍에 어떤 사건이나 소재를 풀어야 할지 어려웠을 텐데 적절하게 잘 배치했다.

평행 세계의 특이점인 비행선을 설명하는 게 약간 튀긴 했지만 확실히 평행 세계라는 점을 부각해줬고, 작품대로는 실제 제작이 힘들겠지만 나름 작가가 고민한 흔적도 보였다. 과학 얘기가 빠질 수 없지만 읽는데 지장이 갈 정도로 비중이 있지 않고, 설명도 적당한 수준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범인의 동기 부분이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적지는 않지만 왜 범행을 계획하게 됐는지 그 발단이 약간 애매하다. 후에 밝혀진 상황을 본다면 동기로써는 충분하지만, 과연 그걸 범인이...

그래도 데뷔작인 점을 고려할 때 나쁘지 않은 수준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