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 한 달 살기_공원...1


지난 글을 읽어주셨는지 모르겠지만 대충 준비하는 과정은 마무리되었으니 다른 얘기를 써보려고 한다. 아마 이제부터는 굳이 이 포스팅을 참고하지 않아도 검색어 몇 개 쳐보면 더 좋은 글이 많이 검색될 것이다.

어떤 쓸데없는 내용으로 처음을 장식해 볼까 하다가 공원을 주제로 하기로 했다. 속성으로 후다닥 둘러보는 여행도 아닌데 공원에서 느긋하게 한 때를 보내는 것이야말로 한 달 살기의 매력 아니겠는가.

한국에서는 그저 공원이라면 어린이 놀이기구 한쪽에 벤치 몇 개 설치된 손바닥만 한 면적의 공간이라든지 아파트며 빌딩이며 이것저것 다 짓고 딱히 지을 곳이 없어서 동네 하천 따라 좁다랗게 수변공원이라는 이름을 붙여놓은 곳을 생각하게 된다. 물론 땅덩어리는 좁고 사람은 많으니 땅값이나 이러저러한 어른의 사정으로 그런 식의 개발이 이루어졌겠지만 아쉬운 부분이다.


1. Garden of Morro (힐 가든)   Google Map (https://bit.ly/2ztH1qa)

이 공원은 단기 속성 여행자들도 한 번은 무조건 들렸을 공원이다. 위치가 위치인 만큼 빼놓을 수 없는 곳인데 바로 포르투 명물 동 루이스 1세 다리 남쪽에 위치한 공원이기 때문이다. 규모 면에서는 우리나라 동네 공원과 비슷한 크기이지만 전망은 탑 클래스다. 야트막한 언덕으로 되어 있어 경사면에 앉으면 포르투 시내와 다리가 함께 보인다. 포르투에 오면 대부분 관광객이 필수적으로 오는 곳이라 아침을 제외하면 항상 사람이 많고 어느 정도 소음도 있다. 


      <힐 가든 근처에서 포르투 시내 방향 파노라마, 사진 출처 : 본인 촬영>


단기 여행자라면 아마 시내 -> 동 루이스 1세 다리(상부) -> 힐 가든 -> 아래로 내려가서 와이너리 투어 -> 동 루이스 1세 다리(하부) -> 도오루 강변의 카페 or 식당 or 크루즈 투어 -> 시내로 이동하며 와인샵에서 와인 구매 or 시내 관광 정도의 경로로 돌아다닐 것이다. 꽤 합리적인 경로인데 사실 이 정도로 둘러봐도 괜찮다. 

하지만 여기에 하나만 더 추가한다면 야경의 힐 가든을 추가하고 싶다. 정확히는 힐 가든이 아니라 바로 옆의 Miradouro da Serra do Pilar 세라도필라 전망대이다. 힐 가든 바로 맞은편에 있어 찾기 쉽고, 야경 매니아 한국 여행자들의 모임 장소로도 애용되는 장소인 만큼 심심치 않게 한국 여행자들도 만날 수 있다.

야경 사진 찍으려는 외국인도 꽤 많고 야경을 보러 나온 쓸데없는 커플들도 많다. 대충 사진을 찍어도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나오는 장소인 만큼 여행 다녀온 것에 대해 시기하는 주변 지인들에게 보여 줄 사진을 여러 장 찍어두자.


<세라도필라 전망대에서 포르투 시내 방향, 사진출처 : 본인 촬영>


개인적으로 이곳에서 보는 전망을 좋아해서 이삼일에 한 번꼴로 왔다. 여기는 미세먼지가 거의 없어서 대개 멀리까지 보이지만,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은 정말 다르게 보인다. 한 달 사시는 분은 한 번 경험해 보시길.

쓸데없는 TMI 하나 보태자면 El Corte 백화점에 가는 무료 셔틀버스 정류장이 힐 가든 입구에 있다. 버스라고 해서 대형 버스가 아니라 스타렉스 크기의 흰색 차다. 힐 가든 바로 앞의 메트로 정류장에서 세 정류장만 가도 백화점 입구까지 갈 수 있어서인지 거의 아무도 안 탄다. El Corte 백화점 1층에는 스타벅스가 있다.


2. Parque das Virtudes + Garden Park of Virtues   Google Map (https://bit.ly/2TRHHhE / https://bit.ly/2P6vaTW)

두 공원을 같이 묶어 놓은 이유는 별거 없다. 서로 붙어 있어서다. 위치도 시내 번화가 바로 옆이라 찾아가기 쉽지만 사실 번화가 옆이 더 눈에 띄지 않는 법이다. 시내 유흥가 골목 뒤편으로 돌아가 본 적이 있다면 이해할 것이다. 구글 맵 주소를 같이 적어두긴 했지만, 이 공원 근처에 렐루 서점, 클레리고스 성당, 시계탑 같은 관광지가 있다.

Parque das Virtudes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길게 늘어진 모양의 작은 공원이다. 동쪽에 면한 건물들 때문에 보이는 곳은 서쪽밖에 없다. 서쪽은? 해가 지는 곳. 즉, 일몰 사진 찍기 좋은 곳이라 하겠다. 세라도필라 전망대의 일몰이 약간 질린 사람이라면 이곳에 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세라도필라 전망대는 눈앞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그 다리에 눈이 묶여서 시선이 분산되는 반면 Parque das Virtudes는 일몰에 집중할 수 있다... 라지만 나는 역시 세라도필라가...


Garden Park of Virtues는 바로 옆에 붙어 있어서 찾기 쉬울 것이다. 다만 공원을 골짜기 같은 곳에 지어놔서 다 둘러보려면 약간의 등산도 해야 한다. 딱 계단식 논처럼 만들어 놨다. 그러다 보니 맨 아래쪽은 나무도 듬성듬성 심겨 있는 데다 한낮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그늘이 져서 스산하다. 계단을 좀 올라가면 위쪽에 나무 한 그루 없이 잔디밭이 조성된 공간이 있는데 이 공원의 포인트는 그곳이라고 생각한다. 높이도 어느 정도 돼서 전망도 괜찮고 일광욕하기에도 딱 맞다. 80년대 분위기의 천사 날개 조형물도 있으니 포인트 삼아 가면 구분할 수 있다.

다만 야경 등 야간 방문은 비추천.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더할 나위 없을 만큼 구석지고 은신(?)할 곳이 많아서 뭔가 무서움.

<Garden Park of Virtues, 사진출처 : 본인 촬영>


3. Fonte do Jardim do Marquês   Google Map (https://bit.ly/2KNZ0Mj)

공원 이름을 구글 번역기로 돌려 보면 '후작의 정원 분수'라고 번역이 되는데 그 말대로 분수가 공원 가운데에 있다. 엄청 크거나 화려한 분수가 아니라 흔한 분수처럼 생겼다. 분수뿐만 아니라 공원 또한 그다지 특색은 없다. 차라리 메트로 환승역인 Trindade역 건물 위층의 잔디밭이나 렐루 서점 맞은편의 공원이 더 특색이 있겠지만 '동네 공원'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공원이라 목록에 넣어봤다.

주변에 관광지도 없고 진짜 현지인들만 살 것 같은 동네에 있는 공원인데 마침 내 숙소가 이 근처였기 때문에 알게 된 공원이다. 공원에 메트로 출입구도 있어서 오다가다 들리기 정말 좋다. 의자가 꽤 많은데 오후 5시쯤 가보면 다들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 있고 가끔 자리가 없을 때도 있다. 관광객이 거의 없어서 현지인이 뭐하면서 사는지 조금이나마 엿 볼 수 있는 곳이다. 드문 확률로 현지인이 말 걸 때도 있다.

이 공원만의 특색인지 모르겠는데 공원 한구석에서 할아버지들이 모여 체스나 카드게임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탑골공원 생각하면 정확한데, 나는 이곳을 처음 봤을 때 무슨 행사가 있는 줄 알았다. 갈 때마다 모여서 서로 게임을 하고 나머지 할아버지들은 뒤에서 구경하고 있어서 원래 그런 곳이구나 알게 되고 나서 호기심에 기웃기웃하기도 했다. 구글 로드뷰(https://bit.ly/2BNJbT6)로 보면 할아버지들이 옹기종이 모여 있는 모습이 찍혀있다.

사진 찍은 줄 알았는데 한 장도 없어서 사진은 생략. 구글 로드뷰로 봐도 너무 평범하니까 정말 궁금하면 로드뷰로 확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