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비극

저자 노리즈키 린타로  /  번역 이기웅


나는 시리즈 물을 좋아하는 데 그동안 꾸준히 읽던 시리즈 물을 신간까지 다 읽어서 다음 책이 나오기까지 기다림을 메우기 위한 또 다른 시리즈 물을 찾던 중 노리즈키 린타로를 읽어보기로 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같이 필명이 작품 안의 인물로 등장한다. 시리즈 물 특성상 발간된 지 오래된 책인 경우가 많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20대 중반 이하라면 생소할 법한 카폰 등의 단어가 등장한다.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탐정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사건 풀이 보다는 등장인물 간의 갈등 같은 서사적인 측면이 더 볼만했다. 사실 중간중간 사건의 진상을 해결한 듯이 '범인은 당신이다'라는 식의 시도가 몇 번 있었지만, 마지막에 가서야 진정한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다. 

대사는 별로 없지만, 유괴도 당하고 사건의 구심점 역할도 하는 두 아이는 어찌 보면 마치 한국의 아침드라마 급의 가족사를 지녔다. 다만 핏줄을 엄청나게 중요시하는 아침드라마의 부모님과는 달리 키운 정을 중요시하는 모습이 조금 이색적이었다. 하긴 들키면 큰일이니 그럴 만도 하지만.

탐정으로 나오는 노리즈키 린타로는 이 책으로만 봐서는 그다지 매력을 찾아볼 수 없다. 등장도 그렇게 많지 않은 데다, 딱히 의뢰를 받은 것도 아니라서 그런지 그다지 적극적으로 사건에 관여하지 않는다. 아직 한 권만 읽었을 뿐이니까 다른 시리즈를 읽고 판단하는 것도 늦지는 않을 것 같다. 

작품의 특성상, 무거운 분위기가 내내 이어진다. 초반의 긴박한 장면이 지나면 템포가 조금 느려지는데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점이 인상 깊었다. 하지만 밀실 트릭이 약간 빈약했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